제주에 가면 '연돈'을 가 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제주도를 방문하니 그 말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모양인지 렌터카의 내비에도 기본 검색어에 '연돈'이 들어가 있을 정도로 보편타당한 명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대전의 성심당, 군산의 이성당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점이나 빵집이 있다는 건 분명 입소문을 증대시켜 관광객을 유입시키는 효과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도 방문했습니다. 살면서 처음으로 제주도 여행을 갔고, 2024년 12월 23일 오전 11시 '연돈'을 방문했습니다. 주차장에는 이미 많은 차가 주차되어 있어서 쎄~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다행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여 서둘러 입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식당 영업은 12시부터이고, 그 전에는 테이블 예약을 해야 하더군요. 저도 연돈 매장 입구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전화번호를 입력하여 예약을 했습니다. 예약 번호는 무려 '225번'.
'225번'???
이전에 방문했던 분들의 후기를 보니 대략 200번 이후는 오후 4시가 넘어야 식사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더군요. 아침 11시에 '점심밥'을 먹기 위해서 들른 곳에서 '저녁밥' 먹을 시간까지 웨이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좀 어이가 없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맛집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제주도에 와야만 먹을 수 있는 곳이라면 한 번은 기다려 볼 가치가 있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 여자친구의 양해를 구하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마냥 주차장에서 기다릴 수는 없어서 그 근처에 있는 강아지가 갈 수 있다는 카페를 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월요일이 휴무였기 때문에 카페에는 갈 수 없었지만 카페 근처에 있는 해변은 정말 절경이었습니다. 12월임에도 다행히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어서 그림 같은 해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바닷가를 돌아 보다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대포 주상절리'가 있길래 그곳도 다녀 왔습니다. 배고픔의 시간은 길어졌지만 그럼에도 분명 기다림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 믿으며 풍경을 감상했습니다.
한 시간에 대략 40명 정도의 테이블이 채워지는 것을 확인하니 대략적으로 5시는 되어야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작하자마자 2명이 포기해서 223번이 된 걸 확인했기에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꽤 있겠구나 싶긴 했습니다만 의외로 '의지의 한국인'이 많은 덕인지 거의 비슷한 속도로 순번이 당겨지는 것만 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 오후 5시가 되어야 연돈에 입장할 수 있었습니다. 테이블은 이미 6~7곳이 비어있었습니다만 음식 나오는 속도가 늦은 것인지 순번이 빠르게 줄지 않아 의아하긴 했습니다. 일부러 테이블의 여유를 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리에 앉아서 안심 돈가스와 등심 돈가스를 한 개씩 시키고, 연돈 볼카츠도 하나 시켰습니다. 둘이 먹기에는 다소 많은 양이었지만 어차피 온 김에 다 먹어 보자는 심정으로 시켜 봤습니다.
일단 음식을 받아 든 저는 다소 당황을 했습니다. 음식이 주문한 시간에 비해서 빨리 나오기는 했습니다만, 그것은 메뉴가 단순한 곳이어서 안심 아니면 등심, 볼카츠를 주문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튀기고 있어서 그런 것일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빨리 나온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기름 정도는 충분히 제거를 해서 줘야 하지 않을까 싶은 정도로 기름이 '흥건'했습니다.
사진에서는 조명이 많이 밝지 않아 충분히 그 기름기가 다 담기지는 않았는데 한 조각 입에 물고 씹으면 바삭한 튀김옷과 고기의 씹는 맛이 아닌 바삭한 튀김옷과 함께 느끼한 기름맛이 확 올라왔습니다. 돈가스를 씹는 내내 바삭한 튀김옷 안에 숨겨진 기름이 쭉쭉 배어 나와서 입안이 기름 코팅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안심이 다소 고기가 부드러워서 그런 느낌인 건가 싶어서 등심 돈가스를 한 조각 먹어 봤으나 그 맛은 더 실망스러웠습니다. 기름이 배어 나오는 건 똑같았고, 심지어 고기 잡내를 전혀 잡아내지 못해서 씹는 내내 비강 쪽으로 돼지고기의 냄새가 계속 느껴졌습니다.
볼카츠는 안에 치즈가 들어 있어서 독특한 풍미를 제공하긴 했습니다만 역시나 입안에 계속 남아 텁텁하게 만드는 기름이 문제였습니다.
하아~ 이건 총체적 난국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수준이었습니다.
그냥 동네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배달 전문집의 돈가스라면 그래 그럴 수 있지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으나 과연 이곳이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맛집인가 하는 것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무려 6시간의 웨이팅 끝에 먹은 연돈의 돈가스는 저에게 실망을 주었고, 아마도 제주도를 앞으로 계속 오더라도 두 번 다시 방문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연돈은 그냥 제주에서만 파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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